하지 않으려는 말을 수칙처럼 세워놓긴 했지만 자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말까지 정해놓은 건 아니다. 다만, 말을 할 때 내가 쓰는 단어, 어조, 말투 등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인들과 약속을 할 때나, 함께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하자’는 말을 힘주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버릇처럼 하던 ‘편안하게 하자’는 말에는 어떤 의도를 담았던 걸까. 그 의미를 짚어봤다.

무슨 일이든 변수는 늘 존재한다. 일이 잘 성사될 수도 있지만, 원하고 바라던 일이 엉클어지기도 한다. 꼭 약속했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만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면 지나친 의무감과 부담감, 책임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그 일이 즐겁지 않게 되어버린다. 일의 추진 과정에서 삐그덕거림으로 이어지고, 결국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불편함만 남는다. 일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과 관계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 내가 편안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상대방 또한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니 너무 힘주어 지나치지 않도록 하자. 편안하게, 편안하게 일을 하자.

‘편안하게 하자’는 말이 약속과 계획을 느슨하게 혹은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이 잘될 가능성과 잘되지 않을 가능성, 두 가지 모두 염두 하는 게 좋겠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일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게 너와 나의 탓만은 아닐 테니, 우리 앞에 놓인 일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자.

편안함은 자연스러움과 결이 닮아있다. 따라서 ‘편안하게 하자’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하자’라는 의도도 포함된다. 인위적이거나 조작적이지 않게. 그때그때의 상황과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마음가짐 또한 달라질 수 있으니,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자. 누가 알겠는가. 계획했던 것과 달리 전개되더라도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서는 훨씬 더 나은 일이 펼쳐지고 있을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내 앞에 바짝 다가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상황에 따라서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해나가자.

‘편안하게 하자’는 말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게는 일종의 ‘방어 메시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기대감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내가 실망하거나 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단속했던 메시지였다. 사람 마음이 똑같지 않으니, 원하던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움츠러들지 말자. 그러기 위해서 조금 더 편안하게 너를 대하자.

대개 일을 마쳤을 때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가령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이다. 이 말이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애썼다’, ‘애쓰셨습니다’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곤 했다. ‘애쓰다’에서 ‘애’는 창자나, 간, 쓸개의 옛말이었는데 그 뜻이 확대되어 ‘속’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애를 쓴다는 말은 ‘온갖 내장은 물론 마음까지 다하여 뭔가를 이루려고 힘쓰는 것’을 이름한단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 상대방은 온 마음과 힘을 기울였을 것이다. ‘애쓰셨습니다’라는 말의 의도에는 상대방이 기울였을 노력과 정성에 대한 지극한 존중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애쓰는 마음에는 편안하지 못한 마음이 지배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애타다’, ‘애먹다’, ‘애끓다’ 등 ‘애’가 들어간 표현에서 느껴지듯이 애쓰는 마음에도 지나친 책임감과 강박감이 전제되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하되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렵겠지만,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늘 살피는 것. 그게 바로 정답이 아닐까.

‘편안하게 하자’, ‘자연스럽게 하자’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은 과연 편안함에 놓여있는지, 나와 함께 일을 도모하는 이들의 마음도 편안한지 늘 살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