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라보기를 유독 좋아한다. 아침 일찍 운동을 나가는 이유도, 점심 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이유도 하늘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하늘을 언제부터 자주 바라봤던가. 하늘 바라보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담아봤다.

처음 홀로 여행을 갔었다.

마음이 많이 떠돌던 무렵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버스를 예매하고

즉흥적으로 떠났던 그곳이 바로 동해였다.

다름 아닌 바다를 보기 위해서.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길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길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을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두 시간 남짓 홀로 낙산사, 홍련암을 거닐면서,

유독 파랗고 맑았던 동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같은 말을 되뇌고 있었다.

‘여기 오길 잘했다.’

‘오늘 나오길 잘했다.’

‘... 뭐든 다 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바다를 바라보게 되면 시름이 덜어지고,

그 이후엔 뭐든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진다.

바다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게 닿지는 못한다.

산책을 하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바다를 느끼게 되었던 날.

바다를 보면서 느꼈던 마음이

하늘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평범했던 사건, 존재들에게서

영감을 얻거나 감동을 받게 되면

그건 더이상 평범한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다.

딱히 별 의미 없었던 하늘이 내게는 그랬다.

시간을 내어 떠나지 않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그게 곧 바다와 닿는 마음이지 않을까.

하늘을 매일매일 올려다보는 이유다.

맑고 쾌청한 하늘도 좋고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도 좋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것답게

비 내리는 하늘에서도 운치를 느끼곤 한다.

요즘엔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이 지나가는

하늘을 볼 때마다 행복감은 더할 나위 없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이든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이든

하늘은 늘 그곳에 있다.

길을 걷다가 지치더라도

고개를 올려다보면

그 자리에는 늘 변함없이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느냐’는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구름이 지나가고 태풍이 휩쓸고 가더라도

늘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

요즘 들어 더욱 찾게 되는 주변 지인들이 있는데

그들이 지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가까이에 있든 멀리에 있든

자주 만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늘 그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이들.

마음이 쉴새 없이 떠돌다가도

그들과 함께 할 때면 이내 안착하게 되니

그들을 통해서 안식을 얻고, 안도를 하고 있었다.

여름과 가을, 그 사이의 가장자리에서

길을 걷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들이 지닌 향기가 내게도 스며들었으면 한다.🌵

이번에는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들에게 보내는 글 입니다.

요며칠 비가 내리긴 하지만, 이 비가 그치면 더 맑고 높은 하늘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 산책을 할 때마다 하늘을 보며 감동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님, 요즘도 많이 바쁘시지요?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은 하늘 보며 여유로움도 되찾는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