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며 살아가면서 바뀐 게 한 가지 있다면 일상의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상은 지극히 평범한 일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순간에 충실해지면서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평범한 일들이 더 이상 평범함으로 다가오지 않는 순간들, 이번 글에서는 일상의 작은 변화를 담아보았다.

_ 가계부 입력하기

_ 주방 수납장 정리하기

_ 서점에 가서 신간 둘러보기

_ 은행 체크카드 연장하기

_ 직장인 점심시간 궁궐 관람권 구매하기

_ 잠들기 전에 꼭 마스크팩 하기

_ 오늘은 지인짜 맛있는 커피 마시기

_ 생일 축하 손편지 쓰기

최근 몇 주간 ‘To do list’의 일부이다.

매일 아침 그날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앱에 메모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일과를 보내는 틈틈이 할 일을 수행한 후

목록에서 삭제하면 미션 완료다.

그야말로 ‘생활 밀착형’ 미션이다.

아주 자잘하고 소소한 일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일들에 밀려서

까먹거나 건너뛰게 되는,

하면 좋지만 사실

안 해도 문제 될 것 없는 일들이다.

삶에 굴곡이 있고, 생활에 바이오리듬이 있다는 건

몸과 마음이 매일같이 평탄한 선을 그리며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날엔 다운되었다가

또 어떤 날엔 날뛰기를 반복하는 게

마음과 감정이다.

몸과 마음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주로 패배감, 위축감, 불안감, 불만족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단단하게 깔려 있다.

감정선을 안정 궤도로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To do list’다.

하루에 딱 한 가지,

오직 나를 위한 일을 할 것.

나를 위한 일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건 아니다.

직장 생활이며, 다양한 관계에 얽혀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틈에

하루에 아주 잠깐씩은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미루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집안일들, 소소한 일들이

To do list 목록을 채운다.

메모해 놓은 기록들을

하나하나 삭제해가면서 발견하게 된 것들이 있다.

일상의 자잘한 일들은 대하는 마음가짐,

생활을 정돈하면서 얻게 되는 안정감,

스스로 약속을 지켰다는 성취감과 대견함,

자연히 평정심을 다시 갖게 되었다.

자존감 상승도 덤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To do list는

내가 나를 챙기는 목록이 되었다.

가장 자잘한 일들을 하면서

오히려 더 충만해짐을 느끼곤 한다.

거창한 일, 남들에게 박수받을 일들보다
일상의 세세한 부분을 잘 가꾸는 게

나를 더 묵직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평범하고 소소했던 일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요즘이다.

‘자잘한 일 하나하나와 매 순간들이

다 우주의 반영이며, 온 우주에 이바지 한다’

얼마 전,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놨던 문장이다.

점심시간 산책을 하던 중에

뛰어노는 아이들과 눈 맞춤을 하는 일,

매일 만나는 택배 기사님께

비타 500을 한 병 챙겨드리는 일,

누군가를 만나 커피 한 잔을 하는 일,

화분에 물을 주는 일.

이 모두가 다 우주의 반영이라고 하니

진실로 행하기만 한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과 함께

교감하고 공감하는 순간이 아닐지.

오랜만에 쉬는 주말 오후이다.

그동안의 피로로 딩글딩글

침대 위를 딩그르르 할 만도 한데,

커피 한 잔과 함께

창밖의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To do list의 미션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