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산책을 하다가, 호수에 비친 나무와 하늘을 보며 내 안에 비친 그들의 모습도 떠올리게 되었다. ⓒ라니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나 있으면서도

자신이 지닌 아름다운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

 

날아갈 듯 가볍지 않고

묵직하고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생각과 감정을 흩날리듯

표현하기보다는

자기 안에서 곱씹고 묵혀두며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

 

내면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지금’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람

상대방의 마음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사람

 

위에서 나열한 것들은

요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고 있는

‘절친’, ‘닮고 싶은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이다.

문득 그들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밌었던 발견은

그들과 나의 MBTI를 비교했을 때 드러났다.

나는 호들갑 푼수 외향성이 강한 ‘E’였던 반면

그들은 모두 전형적인 ‘I’로서

내향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자면

묵혀두기보다 표현하기를 좋아했고

얌전하기보다 방방 뛰는 편이었고

‘지금’에 살기보다는

추억과 기억 속에서 지낸 적이 더 많았었는데.

 

언뜻 보기에 전혀 결이 다르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그들 곁에 늘 있고 싶어 했던 이유는 뭘까.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배운다고 한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면

들떠있던 마음이 차분해졌고

어느새 안정감을 되찾고는 했었다.

출렁이지 않고 잔잔하게

‘지금, 여기’에서

단단히 딛고 서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살아 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자신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 법정 스님

 

예전에는 ‘끼리끼리 어울린다’라는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그 말이 좋아졌다.

함께하는 그들의 삶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그들을 닮아가는 게 너무나 다행스럽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창경궁 호수를 거닐다가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호수의 잔 물결에 마음이 고요해진 순간.

 

호수에 비친 나무와 하늘을 보며

내 안에 비친 그들의 모습도 떠올리게 되었다. 🌵